국민콜 110 정부민원안내

주민번호가 달라요

053 지역번호가 떴다. 앗, 내 고향인 대구 지역번호다. ‘더 친절하게 상담해야지.’ 생각하며 전화를 받는 순간, 심한 사투리와 함께 흥분을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인 민원인의 항의를 들었다.

“가족관계등록부와 주민등록상 주민번호가 다른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내 생일은 3월 15일인데, 주민등록은 3월 19일로 되어 있습니다.
혼인증명서를 발급하려고 했더니 주민번호가 안 나온다는 겁니다.
내가 배우자라는 걸 증명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게 말이 됩니까?

주민센터에 문의했더니, 2년 전에 주민등록 일제정리를 했는데
종종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더군요. 내가 연락을 못 받아서 그렇답니다.
이런 건 정말 기분이 언짢고, 담당자들도 너무 불친절해서 고소하고 싶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아, 정말 답변하기 곤란한 민원이었다. 주민등록과 가족관계등록부의 주민번호가 불일치하는 경우는 대체로 민원인의 잘못보다는 행정착오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본인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기 위해 드는 제반 비용도 민원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미 민원인은 지자체 담당자가 성의 없게 답변했다고 여기고 있는 상황이었고, 화도 많이 난 상태라 최대한 민원인의 입장에서 성의 있게 설명을 드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선생님, 주민등록번호가 달라 많이 불편하셨죠?

주민등록상 주민등록번호를 가족관계등록부에 맞춰서 바꾸시는 것은 정정신고를 통해 간단하게 하실 수는 있지만, 사용하셨던 주민등록번호를 일일이 모두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만약 가족관계등록부를 주민등록에 맞추시고자 하신다면,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내가 차분히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설명드리자, 민원인의 기분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듯했다.

“나는 지금까지 사용해 온 주민등록번호를 바꾸고 싶지 않아요.

법원 판결 절차는 어떻게 진행하면 됩니까? 비용은 또 얼마나 드나요?

다른 데 전화해서 물어보라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알려 주세요.”

민원인의 경우는 흔하지 않은 상황이라 나 역시 정확한 절차를 확인한 뒤 민원인에게 설명을 드리고 싶었다. 흔쾌히 민원인은 내가 모든 절차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나는 대법원 가족관계등록과에 연락하여 민원인의 상황을 설명했다.

“주민등록번호가 불일치 하는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주민번호가 공란으로 확인됩니다.

이때 주민등록상 번호로 가족관계등록부를 고치려면, 법원 생년월일 정정절차를 거쳐야 하며, 인지대 1천원, 송달료 18,000원의 비용이 듭니다.”

대법원 가족관계등록과 담당자와 통화를 끝낸 나는 다시 주민과로 전화했다. 민원인의 잘못도 아닌데 2만 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여 번거롭게 정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 민원인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주민과 담당자는 “한 번에 정정을 끝냈으니, 누락한 경우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므로 해당 지자체로 문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여 민원인께 알려 드렸더니, 민원인은 무척 고마워하셨다.

“나를 위해 직접 방법을 알아봐 주고, 자세하게 설명해 줘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사실 주민번호 불일치 때문에 화가 났건 것 보다는
담당자들의 태도가 너무 불친절해서 더 불쾌했었는데,
지금은 상담사님 덕분에 평상심을 되찾았습니다.”

상담을 마무리 하고 난 뒤, 나는 민원인의 말씀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내가 해결해 드릴 수 없는 민원이라도 진정을 다해 마음으로 공감하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민원인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