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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유언

  • 작성일 : 2010-08-26
  • 조회수 : 4818
  • 작성자 :관리자

 

할아버지의 유언

 

 

“6.25전쟁 때 참전하셨던 할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돌아오지 못하셨어요.
대신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전사통지서를 받게 되었지요.

그런데 몇 해 동안 할아버지의 제사를 모시던 중,
기적처럼 할아버지께서 생환전쟁포로가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리고 2년 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 할아버지를
6.25
전쟁 참전군인으로 등록하기 위해 여러 번 국방부에 문의를 드렸습니다.
국방부에서는 할아버지의 사망통지를 받고 제적되었던 기록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동 주민센터에서는 이전 기록이 유실되어 남아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노력하셨지만,
끝내 참전군인 등록을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으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유언을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행정안전부 전문상담사인 나는 국가보훈처 전문상담사에게 민원을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할아버지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 노력하는 손녀의 예쁜 마음에 감동하여 내가 끝까지 도와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이 일은 너무도 험난했다. 2002~3년 경에 가족관계등록부(예전의 호적)를 전산화하면서 최종주소지에 이전 자료들이 보관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할아버지의 최종주소지 주민센터에 화재가 발생하여 모든 자료가 유실되었던 것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족관계등록부에 대한 법령 기관인 법원 가족관계등록과에 문의했다. 법원 담당자 역시 문서가 유실된 경우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답변을 보냈다.

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때였다.

 

어쩌면 법원감독원에서 사본을 보관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해당 자료는 열람 신청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자료가 남아있을지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한 줄기 희망이 보였다.

 

“110번으로 전화할 때만해도, 며칠, 어쩌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렇게 큰 도움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110콜센터 행정안전부 전문상담사로서 나 역시 보람을 느꼈다. 부디 할아버지의 유언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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