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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연

내가 나이가 많아서

  • 작성일 : 2010-08-27
  • 조회수 : 4655
  • 작성자 :관리자

내가
나이가 많아서
 
 
아이고,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요즘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남편이 상이유공자 1급이라서 복지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카드 결제일을 변경하는 방법을 몰라요.

보훈처에 전화했더니 카드사에 전화하라고 하고, 카드사에 전화했더니
무슨 번호를 자꾸 누르라고 하는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허허…”
 
내게는 아무 것도 아닌 전화 한 통이, 할머니께는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내 마음 한 켠이 찡해져 왔다.
 
어찌어찌해서 카드사 직원과 통화가 됐는데,
상이유공자인 남편과 직접 통화해야 한다고 합디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전화 통화를 할 수 없어요.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말도 잘 못합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이 인터넷으로 변경 신청으로 하라고 하더군요.
데… 내가 인터넷을 할 줄 몰라요. 나 좀 도와줄 수 있나요?”
 
할머니의 목소리는 실망스러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ARS 전화 안내 때문에 당황했던 할머니께 인터넷 신청이라는 어려운 방법을 제시하고 전화를 끊은 카드사 상담사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할머니. 제가 도와드릴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께서 치료 받으시고 병원에서 돌아오시는 시간에 제가 할머니께 전화드릴게요.  혹시 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오시게 되면, 110번으로 전화하셔서 저를 찾아 주세요. 아셨죠?”
 
만약 업무 시간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할머니 댁으로 달려가 바로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에 더 안타까웠다. 할머니께서는 혹시라도 제가 할머니 때문에 퇴근을 못할 까봐 너무나도 미안해 하셨다. 오히려 나는 할아버지께서 병원에서 돌아오시기 전에 카드사 상담 시간이 종료될까 봐 걱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오후에 할머니께서 110번으로 전화하여 나를 찾으셨다. 나는 곧바로 할머니와 카드사를 연결하여 3자 통화 상담을 시도했다. 할아버지의 개인정보 입력부터 복잡한 ARS 단계를 거쳐 상담사와 연결이 되기까지 여러 번의 실패가 있었다. 젊은 나도 힘들고 짜증나는 일을 할머니께서 혼자 하시면서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셨을지 이해가 됐다. 동시에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정부 민원을 상담안내 받을 수 있는 ‘정부대표전화 110 서비스’야말로 어르신들께는 친구처럼 친근한 서비스라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카드사 상담사와 통화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건강 상태를 충분히 설명한 뒤, 할머니께서 할아버지 대신 전화로 결제일을 변경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했다. 변경 절차를 설명하는 카드사 직원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중간중간 내가 설명을 덧붙였고, 할머니께서는 결국 결제일 변경에 성공하셨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할머니의 인사를 들으며 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국가유공자 분들의 평균 연세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런 상담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이분들을 위해 더 쉽고 친절하게, 그리고 천천히 정성을 다해 상담해 드려야겠다고 마음 깊이 다짐하게 된 상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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