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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연

마음의 짐을 덜어내며...

  • 작성일 : 2010-09-01
  • 조회수 : 4660
  • 작성자 :관리자
 
마음의 짐을 덜어내며...
 
 
어제 시장에서 상인과 시비가 붙어서 고소하고 싶습니다.”
 
무척 화가 나서 격앙되었지만 힘이 없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20대 여성이 110번으로 전화주셨다. 인적 사항 등 정보 노출을 극도로 꺼리면서도 시비가 붙은 시장 상인을 고소하고 싶다는 민원인은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상담사인 내가 민원인에게 어떠한 도움도 드리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었다.
 
고소를 원하신다면 관할 경찰서를 방문하여 신고하셔야 합니다.
전화로 먼저 문의하실 수 있도록 경찰서 전화번호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민원인의 질문이 이어졌다.
 
만약 내가 고소하면 상대방에게 어떤 처벌이 가능한가요?
수사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민원인이 고소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답변을 해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 경찰서로 전화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꼭 고소를 하고 싶습니다.”
 
시장 상인과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면 제가 대신 관할경찰서로 문의해서 궁금하신 내용을 확인해 드리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민원인은 안심이 되는지 목소리가 안정되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일주일에 한 번 서는 장에 가서 물건을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물건이 상해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물건을 바꾸러 갔는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장은 이미 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도 뒷정리를 하고 있는 상인에게 물건이 상했으니 바꿔 달라고 하자,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물건이 없으니 기다려라’ 는 말만 했습니다.
저는 계속 기다렸지만, 상인은 자기 일만 할 뿐 물건을 바꿔 주지 않았습니다.
물건이 없으면 환불해 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돈을 받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심한 언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인 남자는 저에게 삿대질과 위협을 가했고,
마시던 생수병을 던져 저는 물세례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옆에 있던 상인의 어머니가 저를 밀치면서 화를 내고 욕을 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근처 지구대에서 직원 2명이 나왔지만, 상인을 지구대로 데려가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오히려 저에게 언성을 높였습니다.
신고해 봤자 변호사 선임비 때문에 오히려 손해가 날 수도 있으니,
똥 밟았다 생각하고 참으라는 말을 했습니다.
사과만 했다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오히려 욕하고 화내는 상인과,
바쁜데 이런 일로 불렀냐는 듯 귀찮아 하며 신고한 사람을 무시하면서
상인의 인적사항만 적고 돌아가 버린 경찰관들,
주위의 상인이나 지나가는 사람들 중 누구 하나 모른 채 외면해서
혼자 당하고만 있던 저는 너무 무서웠습니다.
지금도 정말 억울하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곧 결혼도 앞두고 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 걱정이고,
공무원 시험도 준비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경찰서에 문의했다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저는 민원인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안심시켜 드린 뒤, 관할 경찰서 청문감사관실로 문의했다.
 
정황상 상인에게 실형은 어렵습니다.
대신 모욕이나 폭행죄로 고소하면 처벌이 가능하며,
2년 이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 선임비는 따로 들지 않습니다.
신고할 때 신고인의 인적사항은 반드시 필요하며,
본인 진술과 상대방과의 대질 진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출석해야 합니다.
만약 가해자였다면 공무원 면접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피해자 입장이기 때문에 신고를 해도 공무원 시험이나 평가 시 전혀 지장은 없을 것입니다.
조사 기간은 보통 2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되어 있는데,
사안에 따라 1개월 연장할 수 있으므로 최대 3개월까지 처리 기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전화로 상담할 때에는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되지만 경찰서로 방문해서 문의할 때엔
인적 사항을 남겨야 하고, 신고를 원하시면 신분증을 지참하여
오후 6시 전까지 경찰서로 방문하시면 됩니다.
또한 경찰관 업무태만을 별도로 신고하면 징계처리도 가능합니다.”
 
민원인이 궁금해 했던 사항들을 자세하게 설명들은 저는 경찰 담당자의 상세한 답변을 민원인에게 전달했다.
 
신고 여부를 떠나 궁금했던 점이 해결되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신고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신고 여부는 천천히 결정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답답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민원인에게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어 보람을 느꼈던 상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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