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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에게 한 줄기 희망을 주세요

  • 작성일 : 2010-06-04
  • 조회수 : 2592
  • 작성자 :관리자
 
우리 가족에게 한 줄기 희망을 주세요
 
 
둘째 아이가 많이 아파요.
2003년에 태어나면서 ‘담도폐쇄증’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는데,
2009년에 아이의 몸 오른쪽에 마비가 와서 병원에 갔더니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내렸습니다.”
 
한숨을 길게 내쉬는 민원인의 목소리에서 무거운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아이 문제로 저는 두 번이나 이혼했습니다.
첫 번째 결혼한 뒤 얼마 안 되어 첫째 아이를 낳았어요.
7개월 만에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오랫동안 있어야 했지요.
이 문제로 남편과 사이가 벌어져 결국 이혼했습니다.
두 번째 결혼은 5년 만에 깨졌습니다.
2001년에 재혼을 했고 둘째 아이를 낳았는데,
남편이 첫째 아이를 괴롭히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어요.
이혼 후 두 아이를 제가 키우면서도,
사업을 하면서 그럭저럭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부도를 맞았고, 더 이상 아이들을 키울 수 없게 되어
어머니께 두 아이를 맡겼습니다.
아이들과 다시 살려면 어떻게든 돈을 모아야 했기에,
지방을 돌아다니며 일용직으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이의 병이 심해진 작년부터는 일을 그만 두고
아이의 병간호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희귀난치병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얼마 전부터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병원비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
하지만, 한 달에 몇 번씩 부산에서 서울까지 통원 치료를 받는 것은
아픈 딸에게는 또 다른 고통입니다.”
 
아픈 딸이 이중으로 받는 고통에 목이 메이는 듯 민원인은 마른 기침을 했다.
아이 치료가 없는 날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힘겹게 일용 근무를 하고 있다는 민원인의 설명에 내 마음도 무거워졌다.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도 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지 못하는지도 궁금해졌다.
 
얼마 전에 사회복지사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 보라고 권유하더군요.
그런데 신청을 하려면 아이 부양의무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답니다.
두 명의 전 남편에게 힘겹게 연락해 보았지만,
두 명 모두 연락처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어렵게 수소문하여 두 번째 남편에게선 동의를 받았지만,
첫 번째 남편은 도저히 연락처를 알아낼 방법이 없었어요.
제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주민센터 담당자가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첫 번째 배우자와 연락을 취했습니다.
담당자는 제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지만,
전 남편은 ‘둘째 아이는 내가 낳은 아이도 아닌데 어떻게 동의를 할 수 있느냐?’ 면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아이를 위해서는 기초생활지원금을 받아야 하는데, 정말 막막합니다.
오랫동안 연락도 안 하고 아이를 부양하지도 않는 전 배우자에게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하나요?
정말 힘듭니다. 도와주세요.”
 
오랫동안 110콜센터 상담사로서 수많은 민원인의 고충을 도와드렸던 나였지만, 어떻게 위로를 해 드려야 할 지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떤 말보다도 하루 빨리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나는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로 민원인의 상황을 전달했고, 부양의무자 동의는 예외 사항이며 관할 구청장의 재량이다’ 는 답변을 들었다.
나는 다시 관할 구청으로 민원인의 상황을 전달했고, 담당자에게 긴급하게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 날, 구청 담당자에게 ‘민원인의 경우는 예외적 사항이긴 하지만 되도록 첫 번째 배우자의 서류상 동의를 받는 것이 좋기 때문에 해당 배우자에게 공문을 보낼 것이며, 가급적 수급자 선정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 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 배우자에게서는 답신이 없다고 한다. 나는 민원인이 걱정이 되어 안부 전화를 드렸다.
 
여러 번 구청에 찾아갔지만 아직 해결이 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많이 신경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겠지요.”
 
차분하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민원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재산도 없고 소득도 적은 민원인 같은 국민을 위해 정부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부양의무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항 때문에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하는 분들이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민원인 같은 분들을 돕고 싶은데, 제도라는 현실에 부딪혀 도움을 드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고 한편으로는 화도 났다.
정부대표전화 110번을 믿고 문을 두드려 준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그분들이 다시 한 번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110상담사가 되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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