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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연
이런 제도가 있었군요...
- 작성일 : 2010-06-22
- 조회수 : 3949
- 작성자 :관리자
이런 제도가 있었군요...
근로장려세제 신청, 지방소득세와 종합소득세분 신고… 5월은 특히 세무 상담이 몰려 정신 없는 달이다. 하루에 수백 통의 상담 전화를 받다 보면 민원인이 질문하시는 것에 대답을 해 드리고 상담을 종료할 때가 있다. 특히 세무 상담의 경우, 전문가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상담을 하는 민원인도 많아, 본인이 궁금한 것이 해소되면 곧바로 전화를 끊으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장려세제의 경우는 다르다. 근로장려세제는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세제이므로, 신청을 원하시는 분들 중에는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많다. 더구나 본인이 지원 대상인지 아닌지 또는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시거나, 지원 대상이 아닌데도 지원받게 해 달라고 조르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근로장려세제에 대한 상담 전화는 상담 시간도 길고 지원자격과 관련한 여러 가지 탐색 질문도 많이 해야 한다.
“근로장려세제를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청 마감일을 며칠 남지 않아 끊임없이 상담 전화가 울리던 날이었다.
민원인은 자신이 근로장려세제 신청 자격에 모두 해당되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신청 방법과 준비 서류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동안의 상담 경험으로 미뤄 볼 때, 민원인의 생각과는 달리 지원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나는 정확한 상담을 위해 근로장려세제 지원 자격과 관련한 민원인의 상황을 확인했다.
“이런 것까지 말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묻는 질문에만 짧게 대답을 하던 민원인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2년 전에 아내가 갑자기 자살을 했어요. 그 충격으로 저는 직장도 잃었지요.
당시 두 살이던 딸은 지금 네 살이 되었구요.
방황하던 저도 딸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정신을 차려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는 형님의 도움으로 형님이 경영하는 모텔 옥탑방에서 살면서,
형수님이 운영하는 광고 회사에서 80만원을 받으며 간단한 잡일을 하고 있어요.
형수님이 운영하는 광고 회사에서 80만원을 받으며 간단한 잡일을 하고 있어요.
회사에서는 제가 필요한 직원도 아니지만, 형수님이 배려를 해 주신 겁니다.
그 동안 제 딸은 모텔에서 형님이 돌봐주고 계십니다.”
민원인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린 딸을 모텔에 맡기고 허드렛일을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나는 차마 상상할 수도 없다. 단발적인 지원인 근로장려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민원인에게 찾아드리고 싶었다.
우선 한부모 자립자금지원이 떠올랐다. 하지만 민원인은 창업을 할 수 있는 자금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자립자금 지원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민원인에게 능력개발카드제 과정을 안내해 드렸다. 이 제도는 비정규직(고용보험 피보험자) 근로자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수강료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민원인이 생계를 유지하려면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 둘 수는 없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전문자격증을 취득할 수만 있다면 나중에라도 좀 더 안정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제도가 있었나요? 진작에 알았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용했을텐데…
110번에 전화하길 정말 잘 했네요.
우선 근로장려세제 신청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얼른 신청한 뒤에,
다시 110번으로 전화할 테니 능력개발카드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 주세요.”
새로운 인생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일까? 민원인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나는 민원인에게 능력개발카드제 뿐만 아니라, 민원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저소득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과 몇몇 다른 지원 제도도 소개해 드리겠다고 약속한 뒤 상담을 마쳤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아야 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공공복지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에게 정부의 지원 정책을 연계해 주는 110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상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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