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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연

도와주세요~ 집에서 쫓겨날 것 같아요!

  • 작성일 : 2010-10-25
  • 조회수 : 4959
  • 작성자 :관리자

도와주세요~ 집에서 쫓겨날 것 같아요!

 

“나 좀 도와주세요! 아들이 나를 집에서 쫓아내려고 해요!”
 
헉… 가끔 치매 어르신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하시기는 하지만, 전화벨 소리와 동시에 다급하게 들리는 할아버지의 목소리 때문에 단순히 긴급전화로 연결해 드려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치매이실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학대를 당하고 계신 게 확실하다면 즉각적인 도움을 드려야 했다. 그러나 할아버지께 주소를 여쭤보는 중간에 갑자기 전화가 끊어졌다.
당황스럽고 급한 마음에 저장된 발신번호로 서둘러 전화를 드렸지만, 신호는 가지만 전화를 받지는 않으셨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계속 전화를 드렸더니, 할아버지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전화한 적 없다.’ 고 하시면서 다급하게 전화를 끊으셨다.
뭔가 석연치 않았다. 만약 할아버지께서 치매를 앓고 계셔서 본인이 잘못 전화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계신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말로 학대를 당하시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시는 것이라면 어떡해야 할까? 110상담사로서, 나는 좀 더 확실하게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할아버지께서 알려 주시다 만 주소지를 실마리로 삼았다. 주소지의 해당 면사무소로 전화하여 사회복지 담당자에게 할아버지와의 통화 내용을 전달하고 사실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능하면 직접 방문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다행히도 사회복지사가 지금 당장 할아버지 댁으로 방문하겠다고 하여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초조하게 얼마의 시간을 보낸 뒤, 나는 사회복지사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
 
“할아버지 댁의 주소가 확실하지 않아, 상담사님이 알려주신 번호로 전화를 드려 할아버지와 통화를 했습니다. 자녀들이 재산을 빼앗고 자신을 쫓아내려고 한다고 하시더군요. 혹시라도 학대를 당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조금 뒤에 방문을 할 예정입니다.”
 
업무 종료 시간이 다가오는 시간임에도 사회복지 담당자는 적극적으로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나섰다. 다음 날 아침, 업무 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사회복지사와 통화했다.
 
“할아버님 댁에 갔더니, 자제분들이 10명이나 모여 있더군요. 할아버지 상태가 좋지 못해서 직접 대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자녀들의 얘기로는 할아버지께 치매 증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건강 상태가 좋아져야 직접 대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며칠 뒤에 다시 할아버지 댁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할아버지 건강이 좋아지셨는지, 자녀들과의 문제는 해결이 되셨는지 궁금했지만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며칠 동안 내 마음은 무거웠다. 안절부절 못하던 나는 결국 사회복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그 할아버님요? 그렇잖아도 어제 할아버님 댁에 방문했었어요. 큰 아드님과 함께 살고 계시더군요.
건강은 여전히 좋지 않으셨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기력은 있으셔서 차분히 대화를 나눴습니다. 할아버님의 연세가 95세이신데, 연세에 비해 정신도 또렷하고 말씀도 잘 나누셨어요.
할아버님은 본인이 재산을 나눠주자마자 자식들이 홀대한다고 하셨고, 자녀분들은 나름대로 잘 모신다고 모셨지만 할아버님 성품이 너무 까다롭고 화도 잘 내시는 분이라 모시고 살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함께 살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은 지 꽤 되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할아버님은 시설로 가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셨는데, 아드님은 할아버님을 모시고 살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직접 방문해 본 결과, 할아버지께서 학대를 당하신 것 같진 않구요, 부모와 자식 간에 의견 충돌 때문에 생긴 가정문제였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직접 경찰에 신고를 하시지 않는 이상 우리가 개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게다가 할아버지께서는 ‘홧김에 110번으로 전화를 했지만 자식들이 처벌을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고 말씀하셨구요…
하지만 혹시라도 학대나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면사무소에서 사후 관리를 할 계획입니다.”
 
110콜센터 상담사인 나도, 사회복지사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할아버지의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상담을 계기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노인 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다각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에, 노인 문제는 우리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일일이 나설 수는 없지만, 적어도 110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얘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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