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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귀천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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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 2011-09-27
  • 조회수 : 5674
  • 작성자 :관리자

 

‘경비’ 라는 직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체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어딜 봐도 ‘경비’라는 느낌의 제복을 입으시고 매일 같은 시간에 여러 곳을 순찰하신다.
건물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건물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제일 먼저 이분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건물의 소소한 일까지 이분들의 손길과 관심이 닿아 있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아파트에서도, 회사에서도, 은행에서도, 어디를 가든 우리는 ‘경비’ 업무를 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경비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 대부분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 규정 상 ‘경비’는 ‘감시ㆍ단속적 근로자’라 하여 일반 근로자와는 차이가 있다. 이분들은 휴게 시간과 휴일을 적용받지 못한다.

감시ㆍ단속을담당하는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임금이다. 경비업, 그러니까 감시ㆍ단속적 근로자의 임금은 일반근로자 최저임금의 80% 수준이다. 다시 말해 임금 자체가 일반근로자의 최저임금보다 적다. 게다가 용역 계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로를 하는 데도 임금까지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니,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비라는 직업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분들이 많다. 얼마 전 진정서 접수를 해 드린 민원인 역시 경비업 종사자였다.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힘들게 상담을 하셨던 분... 그분의 진정 민원을 상담하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분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단순하게 ‘사업주들, 참 너무 한다...’ 라고 생각하며 임금체불 진정서 접수를 도와드렸을 뿐이다.


그리고 얼마 후, 경비업을 하는 다른 분께서 상담을 요청하셨다. 근로자의 휴게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규정에 나와 있는 대로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8시간이면 1시간의 휴게시간이 적용되며, 식사시간으로 대체될 수 있음’을 안내해 드렸다. 그때 민원인께서 물으셨다.
“저는 하루 근로시간이 18시간인데, 식사시간인 50분을 제외하고는 단 10분도 휴게 시간이 없습니다.”
헉, 사실일까? 하는 마음으로 다급히 관련 법령을 찾아보았으나, 안타깝게도 민원인은 휴게시간 적용 제외대상자였다. 너무 심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규정은 규정이었다. 그분께 규정대로 정확하게 안내해 드릴 수밖에 없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상담 전화를 마친 뒤, 나는 며칠 전 임금체불로 진정서 접수를 하셨던 민원인이 생각났다. 당시에 별 다른 생각 없이 임금체불 진정서 접수를 도와드렸던 것이 굉장히 죄송스러웠다.

좋은 결과가 있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민원인께 전화를 드렸더니, 다행히도 진정서 접수 후 밀린 임금을 모두 받으셨다고 하신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당시 내가 너무 사무적으로 답변을 드렸던 것은 아닐까...

정확한 내용을 안내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쩌면 냉정한 응대를 하지는 않았을까...
그것 때문에 더욱 마음이 상하지는 않으셨을까...

 

계속 마음이 무겁다. 민원인의 경우에는 임금 문제가 잘 해결되어서 민사소송을 통하지 않고 임금을 받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만약 진정서 접수에서 끝나지 않고 민사소송 까지 이어졌다면, 다른 곳에서 경비일을 하면서 밤엔 일하고 낮엔 쉬지도 못한 채 소송 때문에 이리저리 다니셔야 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경비’라는 근무형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같은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감시ㆍ단속적 근로자로 분류가 되고, 임금과 휴게시간에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왠지 씁쓸한 기분이든다.

법률상 규정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임금은 사업자가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것인데 그들이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생긴 부당한 경우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한다. 남들이 꺼리는 힘든 일이지만 열심히 일하셨고, 그 대가를 받으시면서 오늘도 열심히 경비일을 하고 계실 어르신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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