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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연

독거 노인과의 인연

  • 작성일 : 2009-11-04
  • 조회수 : 4496
  • 작성자 :관리자
 
늦겨울 추위가 계속되던 2월, 연세가 일흔이 넘으신 독거노인께서 생계가 너무 막막하다고 하시며 전화를 주셨습니다.
 
“작은 집을 한 채 갖고 있기는 한데, 주택의 매매가를 넘는 채무가 있어요.
방 하나를 월 20만원에 임대한 것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녀와는 연락도 끊어져서 항상 혼자 생활하고 있지요.”
 
저는 혹시나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대상이 되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해당 관할 사회복지담당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담당자는 간단한 인적사항으로는 지원대상인지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직접 방문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담당자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담당자에게 다시 연락을 했더니, ‘방문을 했지만 민원인이 집에 계시지 않아서 만나보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담당자와 민원인이 직접 통화를 할 수 있도록 연결해 드렸는데, 전화 상담 결과 수급자 대상이 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낙담하신 민원인께 저는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 보시라고 권유했습니다.
 
“담당자가 수급자로 선정하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길 했는데,
뭐 방문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이 될 경우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설명드리면서 다시 한 번 방문상담을 권유했습니다.
 
며칠 뒤, 민원인께서 저를 찾는다는 메모를 받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좀 불친절하긴 했지만,
수급자 신청 서류를 안내 받아 접수했습니다.
연락도 않고 지내는 자녀가 있어서
수급자가 되긴 힘들 것 같아요.”
자녀가 있더라도 자녀의 부양능력 실태조사를 해서 수급자로 선정되실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시라고 말씀드리면서, 수급자 선정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노인일자리 사업도 신청하시도록 권유해 드렸습니다.
 
5월의 어느 날, 저를 찾는 민원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선생님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기초생활급여를 받게 되어,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연락했습니다.”
 
비록 큰 금액은 아닐지라도, 민원인의 생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저 역시 기뻤습니다.
 
무더위도 한풀 꺾이던 9월, 민원인의 전화를 다시 받았습니다.
“기초생활수급은 잘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겼어요.
다른 상담사한텐 말하기 챙피하고…”
 
계약기간도 없이 방 하나를 월세로 임대했는데, 임대인이 보증금 100만원도 지불하지 않을 상태에서 4개월치 방세 80만원을 밀렸다고 합니다.
방을 빼 달라고 했더니 이사 비용으로 200만원을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해 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제가 답변을 해드리려고 하는 순간, 민원인께서는 한 마디를 덧붙이셨습니다.
“아무도 의지 할 곳이 없는데,
그래도 오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저는 하루에도 백여명 정도의 민원인들과 통화를 하다 보면 감정이 상하고 어떤 때에는 무책임하게 상담을 응대 할 때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이 없는 어르신 같은 민원인들은 전화 한 통을 하시면서 110 상담사인 저에게서 큰 위안을 받고 계시다는 것에, 항상 내일처럼 적극적으로 친절하게 응대하지 못하는 제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혹시 말이에요…
이사비용을 줄 것처럼 말해서 이사를 내보낸 다음,
비사비용을 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임대인 문제로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셨으면 이런 생각까지 하셨을까요?
저는 계약서를 쓰지 않고 말로 한 계약이라도 계약은 성립되는 것이므로, 나중에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뒤, 꼭 ‘계약해지 통보’를 하시고, 만약 임대인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임대금 지급청구 소송’을 진행하셔야 함을 안내해 드렸습니다.
또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임대계약서를 가지고 방문하셔서 더 자세한 내용을 상담하실 수 있도록 위치도 알려 드렸습니다.
 
저는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민원인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합니다. 110번으로 걸려오는 전화 한 통 한 통 모두가  ‘전화로 만나는 소중한 인연’이라는 마음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내 일처럼 도움을 드리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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