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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연

상처받은 조선족 근로자

  • 작성일 : 2009-11-15
  • 조회수 : 4562
  • 작성자 :관리자
 
“나는 조선족 사람인데요, 임금을 못 받았어요.”
 
50대 남자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조선족 특유의 말투에 저는 순간 긴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말투 때문인지 민원인이 하는 말을 알아듣기가 너무 힘이 들었지만, 무겁고 갈라진 민원인의 목소리에는 고단함과 지친 모습이 역력하게 느껴졌습니다.
 
민원인은 배우자와 4명이 근무하는 작은 모텔에서 24시간 대기하며 청소를 했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때에 못 먹으면서 힘들게 일을 했고, 식비 포함해서 1인당 월 1,525,000원을 매월 말일에 받기로 했다고 합니다.
 
“세 달 동안 모텔에서 청소를 했습니다. 두 달 동안은 임금을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일을 그만두게 된 마지막 달에, 우리 부부의 임금을 합쳐 2,000,000만 원 밖에 못 받았습니다. 사장은 수돗물 사용료를 공제하고 주었다는 군요. 우리 부부가 105만 원어치나 수돗물을 썼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항의했더니, 사정이 어려워서 그랬다면서 두 달 뒤에 나머지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네 달이 지나도록 밀린 임금을 주지 않길래 사장에게 다시 요청을 했더니 ‘마음대로 하라’ 면서 나한테 오히려 횡포를 부렸습니다. 당장 1만원도 아쉬운 상황에서 105만 원이라는 큰 돈을 못 받게 되면, 어떡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유학생으로 와 있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한국으로 건너 와서 어렵게 구한 일자리였습니다. 타국에 와서 일하는 것도 서럽고 힘든데, 임금까지 받지 못해 마음을 졸이는 민원인의 심정이 느껴져서 저 역시 안타까웠습니다. 반드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은 쉽지 않았습니다.
민원인은 조선족 말투가 강한데다 한국말도 서툴러서, 같은 대답을 두세 차례 여쭤봐야 정확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움을 드리기 위해선 최대한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민원인에 비해 더 오래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내용을 여쭤 보았습니다.
모텔 청소 일을 그만둔 후 민원인 부부는 지방 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하숙집에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진정서를 접수하려면 정확한 주소를 알아야 합니다.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주소를 확인한 뒤 다시 전화하겠다는 민원인의 목소리에서 불안함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자녀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제가 전화를 드리기로 약속하면서, 저는 민원인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진정서 접수 이후의 진행 절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렸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용기를 잃지 마시라고 격려를 드렸습니다.
임금체불에 대해 진정 접수를 한 뒤 좋은 결과를 보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힘 내세요.”
 
약속한 시간에 저는 민원인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민원인은 처음보다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민원인 뿐만 아니라 배우자와도 통화를 하여 개인 정보를 확인 후 두 분의 진정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출석을 요구하면 서울로 가야 하나요? 서울에서 굉장히 먼 지방에 살고 있고, 둘이 서울까지 가려면 차비도 만만치 않게 들텐데, 지금 형편으로는 차비 한 푼도 부담이 됩니다.”
 
저는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거주지 관할 노동지청으로 진정서를 접수해 드렸습니다. 민원인은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시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른 민원인에 비해 상담 시간이 훨씬 길었기 때문에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진정 업무를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늦게 퇴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민원인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진정 접수 후 두 달 정도 지난 뒤, 밀린 임금을 잘 받으셨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다른 어려운 일은 없는지 걱정도 되어 민원인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타국생활이 힘들었기 때문인지 민원인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임금 체불로 진정서 접수를 도와드렸던 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 OOO상담사입니다. 기억하십니까? 밀린 임금을 받으셨는지 확인 전화 드렸습니다.”
제 목소리를 들은 민원인은 바로 저를 기억하시곤 반갑게 대답했습니다.
출석 요구를 받자마자 바로 사업주가 밀린 임금 전액을 지급했습니다.
너무 기뻐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이름을 몰라 아쉬웠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민원인의 밝은 목소리를 듣자, 저 역시 기쁘고 안도가 되었습니다.
또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110번으로 전화주세요. 언제든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외국인이라서가 아닙니다. 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110콜센터 상담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마음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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