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콜 110 정부민원안내

유공자등록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유공자 등록신청을 하신 뒤, 빨리 처리해 달라고 독촉하는 민원인의 전화를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받게 된다.
그날도 “고엽제 신청을 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으니, 빨리 좀 처리해 달라”는 민원 전화를 받았다.
나는 평소처럼 “선생님, 등록 신청 하신 뒤 심의 기간이 보통 6개월 정도 걸립니다. 조금 더 기다리시면 연락이 갈 거예요.” 라고 답변해 드렸다.

그런데… 민원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 졌다.

“내가 암 말기에요.
유공자 등록이 된 걸 보고 죽어야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와 자식들에게 뭐라도 남겨 주고 떠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빨리 처리할 수는 없나요?”

갑자기 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의례적인 답변을 해 드린 게 너무 죄송했다.
나는 서둘러 관련 서류를 찾아 보고, 보훈처 상담 공무원에게도 상의를 드렸다.

“암환자의 경우, 보훈처 지청에 문의하시면 다른 신청자보다는 빠르게 처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해당 지청 담당자에게 확실하게 확인 답변을 들을 뒤, 당장 민원인에게 전화를 드려 ‘늦어도 이달 말에는 신체검사를 받으실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고맙습니다.” 하면서 울먹이는 민원인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드려야 할 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암말기라는 판정을 받으시고도 남은 가족들을 생각해서 끝까지 희생하는 민원인께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