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콜 110 정부민원안내

행정안전부 상담센터에서 4년이 가까운 시간을 상담업무를 하다 보니, 간혹 어떤 질문에는 머리보다 입이 먼저 답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자동응답기가 된 것처럼 민원인이 말을 시작하고 끝내기도 전에 이미 입은 자동으로 답변을 하는 것이다.

보통 행정안전부 소관업무가 아니거나, 자주 들어오는 문의 중 자료가 없거나 해결해드릴 수 없는 문의가 들어 올 때 그런 경우가 많다.

오늘 받은 민원인의 전화도 그랬다.

 “법정동과 행정동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비교해 놓은 자료가 있습니까?”
나도 간혹 법정동과 행정동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자치제도과에 그런 자료는 없다는 것을 예전부터 확인해 알고 있다.

 “죄송합니다만 그런 자료는 없습니다. 선생님~”

민원인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입은 벌써 답변을 하고 있었다.

 “아~ 없어요??? 이런 거 정리된 자료가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어디서는 행정동을 쓰고 어디서는 법정동을 쓰니 일일이 비교하면서 찾기가 너무 힘드네요. 알겠어요”

 민원인은 법인업체 직원이신데 이런 자료가 꼭 필요하시다며 없어서 안타깝다는 말씀을 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전화를 끊고 나니 내가 너무 단호하게 말씀 드린 게 아닌가 싶어 후회가 되었고, 혹시 꼭 저 자료는 아니더라도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없을까 찾아보았다.

 찾던 도중 주민등록 자료 중에 ‘주민등록 주소코드 변경내역’ 이라는 자료를 발견하게 되었고, 민원인이 딱 원하는 자료는 아니였지만, 자료 안에 주민등록주소 코드 옆에 법정동, 행정동이 같이 나열되어 있는 게 있어 조금이나마 민원인께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민원인께 다시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행정안전부 상담센터 김효진입니다. 조금 전에 저와 통화하신 기억이 있으신지요?”

 민원인은 기억이 난다고 말씀해주셨고, 민원인께 내가 찾은 자료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민원인은 일단 그 자료라도 보고 싶다고 하셨고,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는 방법을 차근차근 안내해드렸다.

 민원인께서 자료를 확인해 보시더니 너무너무 고마워하시며 이 자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게 되어있지만 그래도 전국적으로 이렇게라도 정리 된 게 있다면 그것도 충분하다고 감사해 하셨다. 민원인의 고민을 해결해드렸다는 사실에 너무 기쁘고, 도움이 되셨다니 정말 다행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한편으로는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밀려왔다.

 처음 전화를 하셨을 때 이렇게 적극적으로 찾아드렸다면 좋았을 텐데...왜 그런 자료는 없다는 말을 먼저 했을까..’

앞으로 이런 문의가 들어오면 무조건 안된다, 없다 보다는 조금이나마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으로 먼저 내뱉지 말고 생각하는 상담사가 되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