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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연
아이를 부탁합니다.
- 작성일 : 2009-07-28
- 조회수 : 5513
- 작성자 :관리자
아이를 부탁합니다.
“육아문제로 상담을 받고 싶은데요.”
“선생님, 육아문제라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도와드릴까요?”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어서 1년 정도만 맡길 수 있는 곳을 알고 싶어서요.”
자녀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무작정 맡길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는 민원인. 말씀을 듣자마자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아이를 맡기신다니, 혹시 보육원에 보내시겠다는 말씀이실까? 다른 민원인들과 다르게 말씀을 먼저 하시기보다 묻는 말씀에만 답변을 해주시는지라 제가 다른 탐색질문을 생각할 틈도 없이 가슴이 철렁 하고 말았습니다. 키울 수 없어 맡긴다는 말은 다름 아닌 아이를 버린다는 말씀처럼 생각됐고, 생각나는 기관이라고는 보육원 밖에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민원인께 의향을 여쭈니 보육원도 관계가 없다는 듯이 말씀을 하십니다. 아무리 어려우셔도 아이와 떨어지실 생각을 하실까, 또 한편으로는 오죽 힘이 드시면 이런 말씀을 하실까, 제 마음이 더 복잡해졌고 당장 생각나는 기관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좀 더 심층적인 안내를 받으실 수 있도록 연결을 도와드렸습니다.
몇 분 뒤,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민원인께 아웃 콜을 시도했습니다. 민원인께서는 해당 보건복지가족부 측에서는 보육원 입소 등의 도움에 대해 자격 조건이 모두 맞지 않아 도움을 받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기왕 이렇게 된 것 남의 아픈 사정일지라도 민원인께 좀 더 자세한 사항을 여쭤보기로 했습니다. 도와 드리고 싶어도 속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없으니 민원인께 적합한 것이 어떤 것일지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민원인께서는 아이와 민원인만 살고 있는 한 부모 가정이라고 하십니다. 주변에서 어린 아이를 돌봐줄 마땅한 사람도 없고, 민원인께서 벌이라도 있으셔야 아이를 키우실 텐데, 지금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밖에 나가서 일을 하실 수도 없다고 하십니다. 내일 당장 일 할 일자리가 생겨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발목이 묶이니 오죽하면 보육원을 말씀 드려도 괜찮다고 하셨을지 이해가 됐습니다. 민원인께서 도움 받으실 사항 중에 아이돌보미 사업이 있음을 안내 드렸으나 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것이 아닌 댁으로 도우미 분께서 오신다는 점과 이용시간이 한정되어있다는 점에 본인에게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셨고, 한 부모 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권해 드렸지만 선정되려면 심사에 기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알고 계셨기에 신청이 꺼려 지신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다른 제도는 없을지, 민원인께 거주하시는 지역 시청이나 읍사무소로 확인하고 연락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먼저 시청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보육도 보육료지원과 보육원입소는 담당자가 다른 관계로 모두 확인을 거쳤으나 보육료지원은 한 부모 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이 되어야 하고, 보육원 입소는 더 이상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양육 및 권리를 포기하다는 의미로 민원인이 원하시는 사항처럼 1년 만 맡아주시는 것이 아닌 다른 가정으로 입양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 한 부모 가정으로 선정되어야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선정 기일 소요되는 동안 요건에 부합한다면 긴급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읍사무소로 담당자와 상담을 해보라고 하셨고 다시 읍사무소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읍사무소담당자의 답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원인이 원하는 기간 동안만 아이를 대신 키워줄 곳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읍사무소 담당자님께서는 금일 중 비슷한 문의를 해 오신 민원인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보육원만 문의하시고 그냥 끊어버려 의아했는데 혹시 동일한 사람이 아닐까 하셨습니다. 담당자는 제가 대신 민원인께 필요한 부분은 문의하는 것보다 담당자가 직접 민원인과 상담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고 바로 민원인을 연결해 드렸습니다.
바로 다음 날, 민원인께 해피콜을 시도했습니다. 어제보다는 밝은 목소리로 상담을 잘 받으시고 한 부모 가정 신청 서류를 금일 모두 동사무소에 제출하고 오셨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긴급생계지원은 자격이 되지 않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하셨고, 저는 선정기간동안 혹시 직업소개나, 생계비대출 등 도움을 받아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새 희망 네트워크 콜센터로 연결을 해드렸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후, 민원인께 해피콜을 시도했습니다. 아직 한 부모 가정 신청은 연락이 오지 않았고 새 희망네트워크 측에서는 도움 받으실 수 있는 사안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원인께 안타깝지만 한 부모 가정 신청을 조금 더 기다려 주실 것을 말씀드리고 통화를 종료했습니다. 생활이 어렵긴 하나 긴급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민원인의 상황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민원인께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은 이미 잡아 두셨고, 한 부모 가정으로만 확정되면 아이를 맡기는 어린이집 등 지원을 받기 때문에 걱정이 없으신지 생계비 대출까지는 바라시지 않는 듯 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이 지났고, 저는 민원인의 결과가 궁금했으나 혹여나 선정되지 않아 마음이 아프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민원인께 먼저 전화를 걸 수 없었습니다. 읍사무소에 전화를 드렸더니 선정이 되셨고, 방금 전에 민원인도 통보를 받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일처럼 너무나 다행스럽고 기쁘지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민원인께 연락을 드렸더니 다행히 선정이 되어 아이를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민원인께서도 아이를 맡겨두시고 지금은 일을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24시간 어린이집에 맡기다보니 지원금으로만은 부족하여 자부담 비용이 생기고, 이곳도 한 달에 5일은 돌봐주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데려 와야 한다고 합니다. 민원인께 마지막으로 아이돌보미 서비스 이용을 고려해 보실 것을 권해 드렸습니다. 민원인께서도 맨 처음 거절을 하셨을 때와 달리 이용을 고려해 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아이가 보육원에 가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민원인께서 한 순간의 어려운 생활로 인한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를 평생 볼 수 없다면 그것보다 더 슬픈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수가 적으신 민원인이셨지만,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해주신 말씀에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주셨습니다. 앞으로 사각지대에 가려져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물론, 제도를 잘 알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하신 분들이 110을 통해 더 많은 세상의 빛을 보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열심히 그분들을 위해 민원인을 위해 뛰겠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