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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정부민원안내콜센터] 누구나 잘 살기를 바란다.

첨부파일1
  • 작성일 : 2015-06-01
  • 조회수 : 11058
  • 작성자 :관리자

국가보훈처로 연락을 하시는 분들은 고령의 어르신이 유독 많습니다.

 
제 주변분들 중 이리 오래 사신 분을 뵙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낯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애틋한 무언가가 꿈틀합니다.
몽땅 빠진 이로 오물오물 한 말씀씩 하고 계실 모습을 연상하고 있으면 우습다가도 일편으론 세월의 무게를 느끼며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1931년생... 4급 유공자분...
어르신께서는 끼고 계시던 틀니를 공중목욕탕에서 씻다가 분실을 했는데 틀니를 새로 맞추려고 보훈병원에 갔더니 2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 받아 적십자병원에서 틀니 보조를 해드렸으니 더 이상 틀니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르신 입장에서는 생활안정대부라도 받아 틀니를 맞추고자 하는데 보훈관서에서는 이마저도 불가하다는 답변을 듣고는 저희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연락을 하셨습니다.
 어르신의 자력을 열어보니 잔존이 연체되어 양수채권 처리 진행 중인 분이었고 그간 천만 원 이상의 연체 금액을 성실히 상환해 왔던 분이었음에도 필요 자금 명목에 대한 객관적 입증 자료 제출과 보훈관서의 대부 담당 과장님의 결재 없이는 지청의 대부 담당자분도 쉬이 도와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담당자분과 통화를 하다 보니 안 그래도 어르신께서 전화 주셨던 날 오전에 이미 해당 보훈관서를 내방해 청의 대부 담당자에게 긴급 자금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을 전하고 오신 터였습니다. 상담사인 입장에서는 도와드리기 상당히 애매한 입장이었는데 당장 아랫니 하나 남은 부분으로는 드실 수도 없을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대부 담당 과장님과 상의해 어르신께 전화를 직접 드린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분들과 통화를 하면서도 내내 어르신이 눈앞으로 번쩍하고 아른거리다 사라졌습니다.
아랫니 하나 남은 어르신의 최후로 밥 한술을 넘기고 깍두기 하나를 베어 물고 나물은 씹지도 않고 꿀떡 삼시키고 계실 모습을 생각하면 이유 모를 죄책감으로 사로 잡혔습니다.
다른 상담에 집중할 무렵 동료 상담사에게 쪽지 한통이 왔습니다.
어르신이 저를 찾는다는 메모였습니다.
‘일이 잘 안되셨나 보구나‘라고 생각하며 연락을 드리니 “아직 청의 담당자에게 연락을 받은 건 아닌데 오늘 전화 한 통한 연이 전부인 상담사가 그래도 좀 미더웠던지...”라며 운을 띄우시며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고는 담당자에게 말 좀 잘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고작 말씀을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상담사인데 무슨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철썩 같이 믿고 계신 어르신께 순간 낯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퇴근 전 전화를 드려 진행 상황을 확인해 보니 보훈관서의 대부 담당자께서 서울북부보훈지청 인근 치과에서 어르신께 국비로 틀니를 맞춰 드릴 수 있도록 알선해 드릴 테니 돌아오는 금요일 내방하시라는 안내를 했다고 합니다. 다만, 어르신은 해당 치과가 본인이 과거에 틀니를 맞췄던 적십자 병원 수준의 크기와 기공사들의 실력이 갖춰져야 수긍하겠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못된 생각이지만 ‘이 상황에서 병원 규모, 기공사들 실력을 운운하실 때는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전화 한통으로 인연이 닿은 상담사에게 마음을 열고 먼저 본인의 이런저런 어려운 속내까지 털어놔 주셨던 부분이 생각나 마음이 짠했습니다. 더불어 누구나 한 인간으로서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더 나아지고 더 나은 것들은 선택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아무리 나이 들고 아프고 병든 몸이라 해도 호기 못한 천명(天命)이라는 사실에 뭔지는 모르겠지만 또하나 생각이 깊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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